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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의 동반자 IT

IT문화원칼럼. URL: http://ith.kr/column/20130715_etri.html


힐링의 동반자 IT

ETRI. 2013.07.15.

-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개인과 가정을 치유하고 행복으로 이끄는 IT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고민과 상처를 안고 살기 마련이다. 대가족 시절에는 개인의 고민을 품어주고 치유해주는 일의 상당 부분을 가족이나 친구가 담당했다. 그러나 현대화 도시화된 사회는 가족과 친구 사이의 단절을 만들어냈고, 다양한 소외계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소외계층이 많아지고 상처 받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아픈 사회다. 그래서 힐링(healing, 치유)이 사회의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상처에 대한 치유는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육체적 상처는 수술과 투약으로, 정신적이거나 영혼과 관련된 상처는 상담, 대화, 종교, 문화, 여행, 휴식 등을 통해 치유한다. 그리고 이러한 치유 과정에 IT는 갈수록 중요한 요소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계층이 장애인인데, 이들의 삶을 좀더 행복한 삶으로 바꾸는데 IT는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포함된 음성UI와 터치 기능 등이 그 예에 속한다. 이 기능을 이용해 시각장애인은 손가락만으로 날씨를 체크하고 주식가격을 체크하고 주식차트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미국의 블로거인 오스틴이 스마트폰을 사려고 매장에 갔을 때 일이다.

오스틴의 엄마는 종업원에게 󰡒이 아이가 이걸로 문자 메시지를 받을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음, 네. 하지만 메시지를 읽어주진 않습니다.󰡓 점원이 말했다. 엄마의 희망이 가라앉았지만, 오스틴은 그렇지 않았다. 󰡒음, 한 번 해보죠, 시도해봐요󰡓 오스틴이 제안했다. 엄마는 자신의 폰을 꺼내들고, 오스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몇 초 안에 오스틴의 폰이 알림을 줬고, 그녀의 이름을 말해줬다. 오스틴은 간단한 동작으로 손가락을 이용했고, 스마트폰이 엄마의 메시지를 읽어주었다: ‘Hi Austin(안녕! 오스틴)’. 엄마는 거의 울 뻔 했다.

문자메시지만 읽어주는 것이 아니다. 오스틴이 ‘Color Identifier’라는 앱을 다운로드 받은 이후로 그는 색상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통해 오스틴은 갈색과 돌 색상 사이의 녹색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호박나무를 찾아냈고, 레몬생강색의 잎을 둘러보았다. 저녁 무렵에는 지금 하늘색이 어떤 색인지 알 수 있게 되었고, 엄마와 함께 오늘은 하늘이 얼마나 더 파랬는지에 대해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에게 이런 경험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IT기술은 장애인에게 5감을 돌려주기 시작했고, 그들이 세상에 가졌던 상처를 치유하며 무지개빛 세계를 열어주고 있다.

육체적 장애 외에 뇌와 관련된 장애도 IT로 극복해가고 있다. 아디티 샹카르데스는 ‘학습 장애에 관한 차선책’이라는 TED 강연에서 EGG시스템을 소개한다.

“어린이 6명 중 한 명이 여러가지 발달장애를 겪고 있으며, 이 장애의 원인은 뇌에서 시작되는데, 지금까지는 행동을 보고 병을 진단합니다. 그런 방법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되지 않습니다. 내시경으로 위를 직접 보는 것처럼 뇌를 직접 들여다볼 수 있다면 좀더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고, 뇌질환도 치료될 수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 팀에서 만든 EGG(뇌의 전기적 활동)스캔 장치는 뇌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장비로 아이들의 뇌를 살펴봄으로써 뇌질환의 문제를 좀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뉴스에도 소개된 7살 저스틴 세니갈은 극심한 자폐증을 앓으며 아디티가 있는 연구소에 온다. 아디티가 뇌를 들여다본 결과는 놀라웠다. 저스틴은 자폐증이 아니라 뇌발작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스틴을 치료한 결과 2~3개에 불과했던 저스틴의 단어는 단 두 달만에 300개로 증가했으며, 정규학교에 등록했고, 심지어 가라데 우승자가 되었다.

그녀는 말한다. 자폐증 환자의 절반은 뇌발작의 문제이며 행동으로는 알 수 없는 문제를 EGG스캔을 통해 판독함으로써 오진을 줄이고 아이를 구할 수 있다고. 자폐증 아이, 뇌질환으로 고통받는 아이의 무려 절반이 치료될 수 있다. 자폐아를 가진 부모들에게 이것보다 꿈 같은 소식이 어디 있겠는가. 수 많은 가정의 불행을 치유해주는 이런 기술이 IT인 것이다.

공기처럼 일상화된 IT의 치유 능력

사실 IT의 치유 능력은 너무나 넓어서 일일이 사례를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공기처럼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사람들은 매 시각마다 IT로 치유를 받으면서 그 고마움을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영혼을 치유하는 음악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우울하고 속상할 때도 음악을 찾고 기쁘고 즐거울 때도 음악을 찾는다. 노예들도 노래를 불렀고, 중국인들은 정부의 단속을 피해가며 등려군의 노래를 들었다. 음악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절망적이고 삭막한 세상인가. 그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게 된 것도 IT 덕분이다.

불과 140여년 전까지 상당수의 음악은 왕족과 귀족의 소유물이었다. 수제천이라는 궁중아악은 경복궁에서만 들을 수 있는 것이지 지방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니었다. 지방에는 궁중아악단이 존재하지 않았다. 베토벤의 합창교향곡도 지방에서 듣거나 평민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니었다. 궁중아악이나 교향곡이라는 음악은 귀족만 들을 수 있는 귀족 소유물이었다. 이러한 귀족 소유물인 교향곡이나 관현악, 오페라 등이 모든 사람의 소유물이 된 것은 IT기술 덕분이다. 1877년 에디슨의 축음기가 발명되면서 소리를 저장해 다른 지방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고, 이때부터 누구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음악을 소유하려면 돈이 필요했고 가난한 사람은 몇 곡만 소유할 수 있었다. LP, 테이프, CD를 구입해야 음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들 제품은 한 장에 1만 원씩 했다. 또한 LP, 테이프는 몇 곡만을 수록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돈이 많은 부자라 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언제 어디서나 듣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수 만 장의 판을 들고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애플은 소유산업이던 음악을 공유산업으로 변화시켰다. 아이팟과 아이튠즈를 통해 수 만 곡을 넣고 다니면서 들을 수 있게 만들었고 검색을 통해 필요한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이제 사람들은 아이튠즈, 네이버뮤직, 멜론, 벅스에 몇 천원만 내면 한 달 내내 전세계 모든 곡을 마음껏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자기가 좋아하던 가수의 과거공연을 유튜브를 통해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게 되었고, 동영상을 내려받아 항상 지니고 다니면서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전세계 모든 노래를 언제든지 마음대로 들을 수 있는 행복감을 통해 영혼을 치유하는 기술이 IT기술이다.

음악만이 아니다. 10년 전만 해도 사진 한 통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려면 필름값, 인화비, 앨범값 해서 1만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디카와 휴대폰으로 하루에 수 천 장의 사진을 찍는 일이 0원에 가까운 비용으로 가능하다. 또한 이렇게 찍은 사진을 서로 공유하면서 ‘어제 먹은 그 집 맛있지? 우리 또 만나서 식사할까?’라는 댓글을 달면서 행복을 공유한다. 사진도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치유와 소통의 매개체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휴식과 치유를 위한 여행에 필요한 예약도 IT로 이루어지고 있고, 열차표도 스마트폰에 있고, 여행정보도 각종 어플과 인터넷으로 확인한다. 멀리 떨어진 출장 여행 장소에서 가족과 소통할 수 있는 기술도 IT가 담당한다.

이처럼 치유에서 가장 중요한 방법인 소통의 역사는 IT의 역사와 함께 한다. 아주 오래 전에는 마주보고 있어야만 소통이 가능했으나, 문자, 우편, 전보, 전화, 영상회의 시스템은 보고싶은 사람과 언제든지 소통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제 한국 사람은 카카오톡으로 지인과 소통하는데 하루 한 시간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사람들은 과거에도 지하철 안에서, 목욕탕 안에서 소통하고 싶어했으나 그때는 지하철과 욕실에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없어서 못한 것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기술이 언제 어디서나 소통이 가능하게 만들어주자 사람들은 끊임 없이 소통하면서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고, 상처를 치유받고자 한다. 그리고도 앞으로도 사람들의 다양한 치유 과정 중에 IT는 항상 함께 할 것이다. 너무나 익숙하고 일상적이어서 IT의 고마움을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IT는 늘 사람들의 모든 상처 치유에 동반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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