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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커피, 자바의 향을 만든 사람들

IT문화원칼럼. URL: http://ith.kr/column/20140109_sisa.html


인터넷의 커피, 자바의 향을 만든 사람들

시사저널 2014.01.09.

-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자바를 탄생시킨 일등 공신 킴 폴리제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중 한 명이 오라클(Oracle)이다. 오라클의 의미는 신탁, 예언이다. 영화 속 오라클 역시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미래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과거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매트릭스의 오라클은 세계 최대 DB 전문 IT회사인 오라클을 의미하며, 영화 속에서 오라클이 쿠키를 구워서 주변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장면은 바로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쿠키를 전달하는 과정을 표현한 것이다. 매트릭스에서 쿠키는 식량이 아니라 지식의 덩어리를 상징하고 있다. 매트릭스에서 오라클이 지식의 보고로 설정된 이유는 전세계의 많은 기업이 DB서버로 오라클 서버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기업이 가장 많이 쓰는 DB서버가 오라클 서버이기 때문에 매트릭스 안에서 오라클은 세계의 모든 정보를 다 알고 보관하는 전지전능한 정보 프로그램으로 설정된 것이다.

오라클은 DB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전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이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데이터베이스 제품으로 세계 곳곳의 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 오라클 제품이다.

시장 1위인 오라클(ORACLE)은 2009년에 4월 20일에 썬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를 인수하는 큰 규모의 합병을 성사시킨다. 인수 가격은 74억 달러(약 9조 8천억 원)으로 주말 종가에 42%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썬은 원래 IBM과 인수 협상을 진행했으나 가격을 둘러싸고 협상이 어려워지자 오라클을 택한 것이다. 오라클이 서버 시장의 강자인 썬을 인수함으로써 전세계 기업에 대한 오라클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었다.

썬은 과거에 서버제품으로 명성을 날렸고, 최근에는 자바라는 언어와 데이터베이스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기업이다. 이에 따라 자바도 오라클의 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미 서버와 DB 쪽에서 최강자인 오라클로서는 썬의 서버 기술보다 자바가 더 탐났을지 모른다. 그만큼 자바는 중요한 도구다.

오늘날 자바는 주요 컴퓨터 언어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다. 컴퓨터언어를 기준으로 본다면 가장 많은 개발자는 자바 개발자다. C언어 개발자보다 많은 것이다. 자바 개발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인터넷과 웹에서 사용하는 수 많은 프로그램과 전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 1위인 안드로이드의 어플 개발을 자바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 세대에게는 커피 이름인 자바보다 인터넷 언어인 자바가 더 익숙할 수 있다. 물론 자바의 로고도 향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잔 그림이다. 기존의 컴퓨터 도구나 언어가 딱딱한 공학적 이름을 가진 것과 달리 자바는 매우 향기로운 이름을 가졌다. 커피와 컴퓨터언어는 아주 이질적이다. 자바가 이처럼 향기로운 이름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자바 개발팀원이자 마케팅 담당자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자바를 대중화시킨 일등 공신 중 한 명은 '킴 폴리제(Kim Polese)'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 근무할 때 자바 개발팀에 있었다. 1996년에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마림바(Marimba.com)라는 회사를 만든다. 이 마림바는 실리콘 밸리 벤처캐피털의 선두 주자인 클라이너 퍼킨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급성장했고, 마림바사와 킴 폴리제는 실리콘 밸리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다.

킴 폴리제는 썬이 자바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도중인 1993년에 합류하게 된다. 그녀는 4명의 자바 개발팀 중 유일한 여성이며 또한 유일한 마케팅 담당자였다. 그리고 킴 폴리제의 마케팅 능력에 의해 자바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급성장을 하게 된다. 이로써 썬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IT 시장의 거물로 다시 태어난다.

그렇다면 폴리제는 왜 자바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면서 잠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인터넷에 활기찬 생동감을 불어넣자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여 자바 개발팀이 자바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근처 커피집의 영향이었다고 한다. 또한 개발 팀의 이름 첫 글자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원래 자바가 처음부터 커피 이름을 가진 것은 아니다. 자바는 처음에 'Oak'라는 코드명으로 개발되었다. ‘Oak’라는 이름은 사무실의 창 앞에 서있는 참나무(Oak)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다른 코드명은 ‘Green’이었다. 자바를 만들던 팀 이름이 그린팀이기 때문이다.

당시 썬에는 NeWS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제임스 고슬링이라는 유면한 개발자가 있었고, 패트릭 노튼이라는 25세의 젊고 재능 있는 프로그래머가 있었다. NeWS 프로젝트가 실패한 뒤에 둘은 새로운 기술을 찾아보기로 하고 그린팀을 만든다. 처음 팀의 목표는 가전제품이나 휴대용 기기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해주는 기술이었다. 먼저 이런 장치에 들어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사용할 언어를 개발하기로 하는데, 이 프로젝트 이름이 ‘Oak’였다. 오늘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의 상당수가 자바로 개발되는 이유는 처음부터 자바의 목표가 모바일 기기를 목표로 개발된 언어이기 때문이다.

썬은 그린팀의 성공을 확신하고 ‘FirstPerson’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어가면서 당시 붐이 일기 시작한 TV 셋톱박스 시장 진출을 노리지만 실리콘 그래픽스에 밀리면서, Oak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개발팀은 당시 등장한 웹에 주목한다. 웹이야말로 자바를 최적화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라 생각한 개발팀은 핫자바라는 자바 기반의 웹브라우저를 개발한다. 매우 동적이고 화려한 핫자바와 자바는 순식간에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여기에는 마케팅 담당자인 킴 폴리제의 역할이 큰 힘이 되었다. 썬은 1995년에 자바라는 이름으로 전시회에 출품한다. 이때부터 자바는 인터넷언어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썬이 Oak를 자바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이미 Oak라는 이름의 상표가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Oak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상표를 등록해야 했고, 그 이름으로 자바를 선택한 것이다. 하여간 4명의 개발자 덕분에 자바가 탄생했고,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에서 자바향이 담긴 어플을 매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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