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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기업의 비결은 융합

IT문화원칼럼. URL: http://ith.kr/column/20140122_kiat.html


세계 1위 기업의 비결은 융합

산업기술진흥원(kiat) 기술사업화매거진. 2014.01.22.

-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전통적으로 실리콘밸리는 기술 중심이었다. 기술은 계량화되기 쉽고 투자의 판단기준도 간단하다. 같은 가격으로 1시간 지속되는 배터리보다는 2시간 지속되는 배터리가 월등한 기술이므로, 2시간 지속되는 배터리 기술에 투자하면 된다. 그런데 어느날 동부의 한 청년이 와서 ‘사람에게 투자해보라’라고 한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다. 페이스북은 투자의 판단이 되는 기술적인 요소가 없다. ‘사람에게 투자하면 돈이 될까?’라고 의문을 가질 때 페이스북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사람이 바로 피터 씨엘이다. 피터 씨엘은 페이팔을 창업한 인물로 2004년 8월, 마크 저커버그가 투자를 받기 위해 찾아왔을 때 50만 달러를 투자해서 10%의 지분을 확보했다.

페이스북의 성공 경험을 통해 실리콘밸리는 기술 중심의 시장이 사람 중심의 시장으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인문학과 융합 필요성을 깨닫기 시작한다. 스탠퍼드 대학이 뉴욕에 캠퍼스를 열기로 한 것도 이러한 깨달음의 결과다. 2011년에 스탠퍼드의 헤네시 총장은 동부인 뉴욕에 스탠퍼드 대학을 유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동부의 인문학과 서부의 첨단기술이 융합되는 다리를 놓는 것이다.

여의도 11배 크기인 스탠퍼드 대학의 캠퍼스와 수 많은 건물은 양적인 면에서 여타의 대학을 압도하며, 깊은 학문적 성과는 질적으로 다른 대학을 압도한다. 스탠퍼드가 공과만 강세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인문학 수준도 깊은 대학임을 주목해야 한다. ‘US NEWS’ 과별 랭킹을 보면 스탠퍼드는 컴퓨터공학과 물리학에서 1위인 것은 물론이고, 기업을 다루는 경영학과 회계학에서도 1위다. 협상과 소통을 다루는 정치학에서도 1위다. 더 놀라운 것은 역사학과 심리학에서도 1위인 대학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많은 IT기업이 스탠퍼드에서 나온 이유를 알 수 있다. 지리적인 특성도 많이 작용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경영, 인문학이 융합 가능한 학문적 토대 덕분에 스탠퍼드 출신이 좋은 기업을 창업하고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시가총액 700조 원이었던 세계 1위 기업 애플의 신화도 첨단 기술과 감성의 융합으로 얻은 결과다. 스티브 잡스는 1980년대까지 좌뇌 천재였다. 좌뇌는 이성을 담당하는 뇌로 수학 등을 다룬다. 반면 우뇌는 감성을 다루는 뇌로 인문학 쪽에 해당한다. 1980년대에 잡스가 만든 리사, 넥스트 등의 혁신적인 컴퓨터는 실패한다. 좌절에 빠진 다시 재기시켜 준 곳은 픽사로, 픽사의 성공신화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 에드윈 캘멀(Edwin Catmull), 존 라세터(John Lasseter)가 만나서 이룬 신화다.

토이스토리의 감독 존 라세터는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 감독을 준비하는 도중 영화 ‘트론’을 받고 큰 충격을 받는다. 존 라세터는 디즈니에서 거의 유일하게 컴퓨터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진 적극적인 감독이었으나 존의 창의성을 보지 못 한 디즈니는 그를 해고한다. 이때 그를 스카웃한 사람이 에드윈 캣멀이다. 그는 유타 주립 대학교에서 컴퓨터 그래픽스의 중요한 기본 개념인 Z 버퍼링, 텍스처 매핑, B 스플라인을 만든다. 에드는 언젠가 최초의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만들 꿈을 가지고 실력을 쌓았다. 그리고 이들이 설립한 픽사(PIXAR)를 1천 만 달러에 인수해 둘의 꿈을 지원한 사람이 스티브 잡스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영화가 ‘기술+감성’의 결정체인 세계 최초의 3D 애니메이션 영화인 ‘토이스토리’다.

디즈니는 기술이 아닌 감성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다. 잡스는 디즈니와 일하면서 여자와 어린아이의 언어를 배운다. 감성의 중요함을 다시 배움으로써 스티브 잡스는 우뇌마저 갖추는 완벽한 천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리고 감성을 학습한 잡스가 복귀한 애플은 기술의 애플에서 ‘감성의 애플, 디자인의 애플’로 재탄생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가 분기에 1조 원 적자라는 회생불능 상태의 애플에 복귀한 이후에 지목한 구원투수는 조너선 아이브(Sir Jonathan Ive)다. 당시 조너선 아이브는 불과 30살의 새파란 신입사원에 불과했으며, 과거 경력은 변기와 세면대, 욕조 디자이너다. 비유하자면 삼성전자가 TV가 안 팔려서 어려울 때 변기 디자이너에게 TV를 디자인해보라고 주문한 꼴이다.

이것이 바로 잡스가 과거와 달라진 면이다. 과거의 잡스라면 넥스트를 만들 때처럼 첨단기술 지향으로 일을 처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감성에 눈을 뜬 잡스는 첨단 IT에 감성을 융합시켜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사람들은 집에 책을 꽂기 위한 가구로 철제앵글을 사용하지 않는다. 가격은 싸지만 디자인이 예쁘지 않기 때문이다. 비싸더라도 예쁜 책장을 구입해 책을 꽂는다. 옷장, 식탁, 의자는 물론이고 TV, 냉장고 등 집 안에 두는 가구와 살림을 살 때 디자인을 보고 구입한다.

‘집에 두는 가구나 살림은 집에 어울리게 예쁜 디자인으로 하고, 그런 제품이 팔린다. 시간이 정확한 시계가 비싸게 팔리는게 아니라, 디자인이 예쁜 시계가 비싸게 팔리는 것처럼. PC도 집이나 사무실에 두는 제품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PC는 시커멓고 네모 난 쇳덩어리 모양에 불과했다. 이는 컴퓨터 개발자가 디자인해서 그런 것이다. PC도 집에 어울리게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일은 집에 어울리는 욕실 제품을 만든 조너선 아이브가 잘 만들 것이다.’

잡스는 이런 생각으로 조너선 아이브의 감성과 디자인을 낙점한 것이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아이맥(iMac)이다. 기술적인 진보는 하나도 없이 디자인만 바꾼 아이맥은 6주만에 30만 대를 판매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면서 600만 대의 판매고를 올린다. 아이맥의 성공에 힘입어 적자였던 애플은 1년만에 3억 950만 달러의 흑자로 돌아선다. 누구도 못 살린다는 애플을 구원한 사람이 첨단기술자가 아닌 욕실 디자이너라는 사실은 미래의 비즈니스가 첨단기술과 감성이 융합된 비즈니스로 가야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이맥이 애플을 구원했다면, 아이팟은 애플을 700조 원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때도 잡스는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한국이었다면 스마트TV나 자동차, 태양광 등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 말단 직원에게 시장조사를 맡기고 개발을 맡기는 회장이 없을 것이다. 사장급 정도 되는 임원에게 “김사장, 스마트TV 사업이나 음원 진출 어떤가?”라고 말할 것이고, 사장에게 새로운 사업부서를 맡길 것이다. 이럴 경우 스마트TV나 음악을 모르는 사장이 신사업을 지휘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잡스는 음악시장 진출을 위해 음악에 미친 직원을 선택했다. 2001년 2월에 ‘스컹크 웍스’라는 비밀지령을 받은 사람은 스탄 NG(Stan Ng)다. 그는 첼로, 바이올린, 기타를 배울 정도로 음악에 심취한 사람이며, 오케스트라, 밴드, 합창단, DJ 등 음악에 관한 경험도 풍부하다. 음악을 너무나 좋아한 스탄이기에 시장조사를 정확하게 할 수 있었고, 이후 아이팟 개발도 토니 파델과 단 둘이 5개월만 이루어낸다. 이후 아이팟은 아이팟터치와 아이폰으로 진화하면서 애플 컴퓨터는 컴퓨터를 떼어낸 애플사로 세계 1위 기업이 된다.

과거의 IT사업은 더 성능 좋고 빠르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만들면 성공했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소셜이 모든 서비스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위챗, 카카오톡과 같은 서비스의 핵심은 소셜이고 소통이다. 그리고 소통의 바탕은 공학이 아니라 인문학이다. 세계 1위 기업의 비결이 소통이고, 최첨단 IT가 인문학과 융합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IT를 통해서 사람들이 꿈꾸는 것이 ‘더 나은 소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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