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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캐릭터산업을 이끈 플래시 애니메이션

IT문화원칼럼. URL: http://ith.kr/column/20140122_sisa.html


한국산 캐릭터산업을 이끈 플래시 애니메이션

시사저널 2014.01.22.

-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엽기토끼에서 졸라맨 뿌까까지 캐릭터산업의 역사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하면 만화영화를 말한다. 한국의 경우 1950년대말의 럭키치약 및 1960년대의 진로소주 등 TV광고로 시작해서, 1967년에 최초의 극장용 애니인 ‘홍길동’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역사가 시작된다. 보통 우리가 말하는 애니메이션은 종이에 그린 원화를 투명한 셀에 옮겨 그린 후에 배경과 함께 촬영해 만드는 셀 애니메이션을 말한다. 그러나 제작도구나 기법에 따라 애니메이션은 몇 가지로 더 구분한다. 진흙으로 모델을 만들어 제작하는 클레이 모델 애니메이션, 빛의 투사를 이용한 라이팅 애니메이션, 셀이 아닌 종이에 배경까지 그리는 페이퍼 애니메이션, 그림자를 활용하는 실루엣 애니메이션, 필름을 긁어서 하는 핸드메이드 애니메이션,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조합하는 합성 애니메이션, 컴퓨터로 제작하는 컴퓨터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기법이 있다. 이 중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한 분야로 어도비(Adobe)사의 플래시라는 파일 형식을 이용해 제작한 애니메이션을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한다.

플래시(Flash)는 원래 그리기 프로그램인 스마트스케치(SmartSketch)라는 이름으로, 퓨처웨이브소프트웨어(FutureWave Software)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다. 1995년에 스마트스케치에는 퓨처스플래시 애니메이터(FutureSplash Animator)라는 이름으로 셀기반 애니메이션 지원 기능이 추가되는데, 벡터기반 방식의 그래픽을 빠르게 만들고 재생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당시 퓨처웨이브는 어도비에게 인수되기를 바랬으나 1996년에 퓨처웨이브를 인수한 곳은 매크로미디어였다. 그리고 매크로미디어는 인수 후에 이름을 퓨처스플래시(FutureSplash)에서 플래시(Flash)로 바꾸었다. 플래시는 사용하기 쉬운데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IE5에 번들계약을 체결하면서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배포가 이루어진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입장에서는 경쟁자인 썬의 자바와 넷스케이프 브라우저를 막기 위해 플래시를 적극 지원했꼬, 그 결과 어도비의 SVG 플레이어가 플래시에 밀려버린다. 그러자 어도비는 2005년에 매크로미디어를 인수해 플래시를 어도비 제품으로 만든다.

플래시는 인터넷에서 화려한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 효과를 내기 위한 최적의 도구로 각광받으면서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탄생시킨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제작도 쉽고 일반 동영상보다 압축비율이 뛰어나 용량도 적게 차지하며, 벡터방식이기 때문에 확대하더라도 이미지가 깨지거나 거칠어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마우스를 이용하여 쌍방향으로 동작 가능한 점이 기존의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애니메이션과 확연하게 다르다.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에서는 쌍뱡향이 불가능한 점을 생각하면 애니메이션 산업의 획기적인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특성 상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감상하는 애니메이션이 되었고,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제작의 용이성 때문에 자본이 적은 한국에서 많은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쏟아져나오는 바탕이 되었다. 2000년 전후로 인터넷 캐릭터로 뜬 애니메이션이 대부분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사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뜨기 전까지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암흑기에 가까울 정도였다. 만화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일 자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빈약했고 국산 캐릭터는 둘리가 전부였다. 그러다가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히트하면서 애니메이션 산업과 캐릭터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한다.

가장 히트한 캐릭터인 엽기토끼 마시마로의 경우 문화관광부에서 2001년을 마감하면서 평가한 문화콘텐츠 중에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2001년에 열풍을 일으킨다. 둘리 이후 가장 성공한 캐릭터인 마시마로는 김재인 감독이 플래시를 이용해 만든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원 제목은 ‘마시마로의 숲 이야기’였다. 하지만 마시마로라는 원래 이름보다 ‘엽기토끼’로 알려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대중화한 주역인 마시마로는 사이트에 공개된 후 순식간에 누적 조회수 2천만 회를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다.

당시 문화 코드가 ‘엽기’였는데, 마시마로는 여기에 맞는 스토리텔링을 갖춘 애니메이션이었다. 순한 동물의 대명사 토끼가 조폭처럼 무섭게 행동하는 엽기적인 행동과 뒤를 예측하기 힘든 기발한 상상력의 줄거리, 폭력성과 상반되는 귀여운 캐릭터 등으로 인기를 끌게 되면서 인형, 옷, 각종 캐릭터 상품으로 다양하게 재생산된다. 마시마로 인형은 나오자마자 몇 달만에 백 만개를 돌파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권에서 마시마로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마시마로 다음에 뜬 캐릭터인 졸라맨은 김득헌의 디지털 스페이스에서 만든 여러 애니메이션 캐릭터들 가운데 하나로 2000년부터 제작되었으며, 마시마로와 비슷하게 여러 개의 시리즈로 구성되었다. 특징은 막대기 캐릭터 외에도 컴퓨터 목소리의 변조를 이용한 ‘졸라 맨~~’ 하는 독특한 목소리다. 단순한 선으로 된 캐릭터지만 매일 50만 명이 접속해 졸라맨에 열광했을 정도로 인기를 얻는다. 졸라맨은 인기에 힘입어 TV광고에도 출연하는데, 사이버캐릭터로 CF에 등장해 모델료를 받은 첫 번째 사례가 되었다. 졸라맨은 단발 CF 출연료만으로 1억 원을 받았으니 거의 스타급 대접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다른 국산 캐릭 캐릭터가 약 3%의 로열티를, 일본 인기 캐릭터인 디지몬 캐릭터가 6~8%의 로열티를 받았는데, 졸라맨은 두 배인 10~15%의 로열티를 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으며, 졸라맨은 원소스멀티유즈의 대명사가 되었다.

졸라맨 외에도 우비소년(woobiboy.intz.com), 뿌까, 홀맨, 힘맨, 재동이네, 스토리알, 미니비, 라면보이 등 다양한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등장하는데, 이 중에서 국제적인 캐릭터로 성공을 거두게 된 캐릭터는 ‘뿌까’다.

뿌까는 대한민국의 캐릭터 디자인 회사 부즈 캐릭터 시스템즈가 발표한 캐릭터로 2000년 1월에 발표된다. 그리고 1년 뒤인 2002년 2월에 일본, 홍콩, 대만, 태국 등과 계약을 체결하고 해외진출을 시작한다. 2002년 말에는 일본 후지 TV에 뿌까 애니메이션이 방영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2006년에는 유럽 전지역에 방송되기도 하는 등 가장 활발하게 전세계로 진출한 국내 캐릭터가 되었다. 그 결과 뿌까의 경우 2002년에 150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2005년에는 1400억 원으로 10배 가까이 급성장하면서 120개 국가에서 인기를 끄는 캐릭터로 단단하게 자리잡는다.

이처럼 플래시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인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특정 회사의 소프트웨어에 머물지 않고 쌍방향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열었으며, 한국에서는 한국산 캐릭터의 세계화를 이끄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앞으로는 플래시라는 파일 형식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성장한 한국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산업은 앞으로 컴퓨터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시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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