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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기업의 비즈니스를 이끄는 암묵지

IT문화원칼럼. URL: http://ith.kr/column/20140528_sisa.html


세계 1위 기업의 비즈니스를 이끄는 암묵지

시사저널 2014.05.28.

-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조너선의 미술, 스탄의 음악 감각이 애플 살려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화재, 세월호 등 국내 큰 사고나 재난의 공통점은 첨단기술이 부족해서 난 사고가 아니고, 첨단기술이 부족해서 사람을 구하지 못 한 사고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소수의 사리사욕에 의한 양심과 상식의 부재에 기본 시스템의 동작불능이 큰 피해로 나타났다. 선진국이라 부르는 나라는 기본과 상식이 잘 수행되는 나라다. 세계 1위 IT 기업의 특징도 사람들의 감성을 만족시키는 기술과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이 이러한 유형에 속하는 회사다.

시가총액 세계 1위인 700조 원의 애플(Apple)을 만든 스티브 잡스를 되돌아보자. 스티브 잡스는 25살에 포브스 지가 선정한 미국 부자 목록에 들어간다. 그것도 최연소 백만 장자라는 타이틀을 달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그가 영입한 존 스컬리의 반란으로 창업주인 그는 애플에서 쫓겨났다. 이 시기까지 잡스는 좌뇌 천재로 테크노피아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리사, 매킨토시, 넥스트는 모두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적인 컴퓨터였지만 실패를 거듭한다.

그는 픽사를 통해 재기하는데, 픽사의 성공신화는 스티브 잡스(Steve Jobs), 에드윈 캘멀(Edwin Catmull), 존 라세터(John Lasseter)가 만나서 이룬 신화다. 픽사는 조지 루카스가 만든 팀이지만 사정 상 팀을 해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때 팀 해체를 아까워한 에드는 루카스의 지원으로 픽사(PIXAR)를 설립하고 투자자를 찾아다니는데, 이들의 정신과 꿈을 1천만 달러에 산 사람이 스티브 잡스다. 픽사는 그들의 꿈대로 '룩소 주니어', '틴 토이'를 거쳐 마침내 ‘토이 스토리’를 만들어 잡스에게 보답한다.

토이 스토리는 디즈니와 함께 만든 영화다. 디즈니는 기술이 아닌 감성을 파는 회사다.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와 일하면서 감성을 배우고, 여자와 어린아이의 언어를 배우고, 디자인을 새로운 관점에서 배운다. 이렇게 해서 좌뇌 천재였던 스티브 잡스는 우뇌마저 갖춘 천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 결과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후로 애플은 ‘감성의 애플, 디자인의 애플’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당시 애플은 분기에 1조 원이라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누가 와도 살리기 어려울 것 같은 회생불능의 기업이었다. 잡스는 임시CEO로 복귀하고 직원 중 한 명을 지목해 말했다.

“자네가 컴퓨터를 개발하게”

이 친구의 이름은 조너선 아이브(Sir Jonathan Ive)다. 당시 조너선 아이브는 불과 30살의 새파란 신입사원에 불과했다. 비유하자면 삼성전자가 어려울 때 회장이 30살의 대리에게 회사의 운명을 맡긴 것과 같은 파격적인 인사를 실행한 것이다. 그럼 조너선 아이브가 엄청난 천재였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는 변기와 세면대, 욕조 등을 디자인한 디자이너였다. 비유하자면 삼성전자가 TV가 안 팔려서 어려울 때 변기 디자이너에게 TV를 디자인해보라고 주문한 꼴이다.

이것이 바로 잡스가 과거와 달라진 면이다. 과거의 잡스라면 넥스트를 만들 때처럼 첨단기술 지향으로 일을 처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디즈니와 일하면서 디자인과 감성에 눈을 뜬 잡스는 감성의 중요함을 알고, 감성을 IT에 결합시키고자 했다. 잡스는 생각했다.

'집에 두는 가구나 살림은 집에 어울리게 예쁜 디자인으로 하고, 그런 제품이 팔린다. 시간이 정확한 시계가 비싸게 팔리는게 아니라, 디자인이 예쁜 시계가 비싸게 팔리는 것처럼. PC도 집이나 사무실에 두는 제품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PC는 시커멓고 네모난 철덩어리 모양에 불과했다. 이는 컴퓨터 개발자가 디자인해서 그런 것이다. PC도 집에 어울리게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일은 집에 어울리는 욕실 제품을 만든 조너선 아이브가 잘 만들 것이다.'

그렇게 해서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을 구원한 새로운 PC를 디자인하는데, 그 결과 나온 것이 아이맥(iMac)이다. 아이맥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되고, 적자였던 애플은 1년만에 3억 950만 달러의 흑자로 돌아선다. 누구도 못 살린다는 애플을 구원한 아이맥을 만든 사람이 첨단기술자가 아닌 욕실 디자이너라는 사실이 보여주는 점은 미래의 비즈니스가 감성과 결합된 비즈니스로 가야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조너선 아이브는 아이맥 개발로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되었고, 현재는 수석디자인 부사장을 맡으며 팀쿡에 이어 애플의 2인자로 우뚝 선다. 그가 만든 제품은 곧 애플의 혁신과 같이 한다. 아이맥에 이어 G4, 맥북,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그의 손을 통해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너선 아이브가 훌륭한 디자인 감각을 가질 수 있는 배경은 아버지 덕분이다. 그는 대학에서 은세공을 가르쳤던 아버지 작업실에서 자주 놀았는데, 이때 아버지가 많이 도와주었다. 단 반드시 조너선의 손으로 그리고 만드는 것이 조건이었다. 그렇게 그는 손으로 디자인 감각을 몸에 익혔고, 손으로 만드는 것의 아름다움에 대해 눈을 떴다고 한다. 암묵지를 몸에 익힌 것이다.

조너선의 미술적 감각이 애플을 기사회생 시켰다면, 스탄의 음악적 감각은 애플을 700조원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바탕이 되었다. 음악시장 진출을 고민하던 잡스는 2001년 2월에 스탄 NG(Stan Ng)와 토니 파델(Tony Fadell)에게 비밀지령인 ‘skunk works’를 지시한다. MP3P 시장에 애플이 참여할 여지가 있는지 조사하는 임무였다. 단 3개월의 시간이 주어졌고, 두 사람이 보고한 내용은 시장 진출의 성공 가능성이었다. 1주일 후 잡스는 두 사람에게 제품 개발을 맡긴다. 단 두 사람에게 회사의 운명을 건 시장 조사와 개발까지 맡긴 것이다. 그 두 사람이 5개월도 되기 전에 만들어낸 제품이 아이팟이다.

아이팟 개발의 핵심인 스탄 NG(Stan Ng)는 애플의 음원시장 성공을 예감했다. 그가 자신했던 이유는 그가 음악에 빠져서 음악을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탄은 첼로, 바이올린, 기타를 배울 정도로 음악에 심취한 사람이다. 오케스트라, 밴드, 합창단, DJ 등 음악에 관한 경험도 풍부하다. 음악을 너무나 좋아한 사람이 스탄인 것이다.

조너선 아이브와 스탄 NG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애플을 이끄는 원동력은 국영수라는 형식지가 아니라 음악, 미술과 같은 암묵지다. 이는 다른 IT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세계적인 기업의 특징은 암묵지가 비즈니스를 이끈다는 점이다. 세계를 뒤흔드는 페이스북의 비즈니스에서 사람과 소통을 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때문에 한국의 기업들도 세계 1위 기업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암묵지에 좀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사람, 양심과 상식이 있는 사람이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고 기업도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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