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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웨어러블에서 문화 예술의 웨어러블로

IT문화원칼럼. URL: http://ith.kr/column/20140710_sisa.html


기술의 웨어러블에서 문화 예술의 웨어러블로

시사저널 2014.07.10.

-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구글글래스 등은 기술적 문제보다 사회적 정치적 이슈가 더 걸림돌

최근 구글글래스, 조본업(Jawbone Up), 핏빗(Fitbit), 삼성기어와 같이 몸에 걸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대중화가 갑자기 빨라지고 있다.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웨어러블 제품의 보급이 급진전되는 것이지만 두 가지 주요 요소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부품기술의 발달로 칩이 소형화되면서도 가격은 싸졌기 때문이다. 최근 부품기술은 인텔의 에디슨(Edison) 칩이 보여준 것처럼 손톱 크기의 칩 하나가 과거의 PC 한 대 역할을 한다. 인텔의 3D칩 기술, LG 삼성의 플렉서블(Flexible) OLED, 소형화된 다양한 센서 등이 웨어러블의 하드웨어 성능을 뒷받침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스마트폰의 보급이다. 스마트폰 덕분에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크기를 최소화시키고 컴퓨팅과 네트워크 능력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웨어러블 컴퓨팅이 가능하려면 센서 외에도 CPU, 저장장치, 통신장비, OS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칩이 소형화되고 있지만 컴퓨팅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전부 집어넣으면 부피도 커지고 가격도 비싸진다. 따라서 초기에는 독립적인 컴퓨터에 연동하는 형태로 시작해야 하는데, 독립적인 컴퓨팅 능력을 가진 디바이스가 몇 년 전까지는 노트북컴퓨터였다. 물론 노트북컴퓨터를 들고 다니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연동하는 일은 비현실적이다. 컴퓨터와 통신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주머니 안에 휴대가 가능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웨어러블도 현실적인 제품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의 웨어러블은 기능 중심이었지만 대중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디자인도 점차 발전하고 있다. 초기의 구글글래스는 딱 보기에도 특수장치처럼 보였지만 최근에 출시된 구글글래스는 일반 안경처럼 생겼다. 아직 렌즈는 들어있지 않은데, 앞으로는 레이밴이나 워비 파커와 같은 선글라스 소매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도수 있는 렌즈를 끼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구글글래스의 경우 2014년 5월 15일부터 미국 내에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정판매 되었는데, 현재의 속도라면 2014년 말이나 2015년에는 일반에게 정식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웨어러블이 디자인과 결합되면서 웨어러블 미디어아트(wearable media art)라는 분야도 주목받고 있다. 2013년 6월에 열린 김영희 작가의 ‘러닝(RUNNING)’은 웨어러블과 미디어아트의 결합이 어떤 형태인지 보여준다. 회화나 조각이라는 과거의 예술은 100년이 지나도록 그 형태나 표현 내용이 변하지 않는 정적인 예술이었다. 반면 백남준 선생이 보여준 미디어아트는 표현 내용이 바뀌는 동적인 예술이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녔다. 반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한 예술인 웨어러블 미디어아트는 개인의 상황과 욕망에 따라 표현이 불규칙하게 바뀐다는 점에서 미디어아트를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웨어러블 미디어아트는 주변 상황과 사용자의 동작, 욕망 등에 따라서 표현이 달라지는 예술이다. 심장박동수가 올라가면 가슴의 브로우치가 더 진한 핑크색으로 바뀐다거나, 사용자의 동작이나 피로도에 따라서 모자의 문양이 바뀌거나, 물에 젖거나 땀이 많아지면 표현이 달라지는 식이다. 각종 센서를 통해 수집한 상황인식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웨어러블 미디어아트다.

초기의 웨어러블 미디어아트는 실험적 작품으로 시작하겠지만, 웨어러블의 보급이 대중화되면 패션이나 문화적 상품과 결합되어 일상으로 들어올 것이다. 예를 들어 반지는 디자인의 대명사인데, 기존의 정적인 반지가 웨어러블 형태로 제작된다면 예술과 첨단기술의 융합 사례로 재탄생한다. 반지끼리 대는 것으로 명함을 교환하거나, 술마시다가 스마트폰을 깜박 잊고 나가려고 할 때 몇 미터만 떨어져도 반지가 진동으로 폰을 두고나왔다고 알려줄 것이다. 반지의 색깔을 통해 내 기분상태를 상대에게 전달할 수도 있고, 맥박과 체온을 측정하는 헬스 기능이 내장되었을 경우에는 차 사고로 의식을 잃은 위급한 상황에서 반지가 119로 자동신고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아트와 웨어러블의 결합이 스마트링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탄생하는 것이다.

반대로 장갑이나 가방에 칩이 내장될 경우에는 가방이나 장갑을 차에 놓고 내릴 때 스마트폰에서 경고음을 울려줄 것이다. OLED를 이용한 스마트워치는 그날 복장과 기분에 따라 원하는 형태의 색깔이나 모양으로 변형이 가능하다. 예쁜 문신의 형태로 몸에 부착한 전자문신(electronic tattoo)은 체온과 혈압, 맥박을 측정하는 의사의 역할부터 연인 사이의 애정을 확인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벨트, 귀걸이, 가발과 같은 기존 제품이 웨어러블과 결합될 것이고 스마트콘택트렌즈, 전자문신, 피부이식 칩과 같은 새로운 웨어러블 제품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이처럼 기술은 점차 발전되고 있기 때문에 웨어러블 보급의 걸림돌은 기술이 아니다. 웨어러블 보급의 걸림돌은 문화와 인식의 장벽이다. 구글의 경우 얼굴 인식소프트웨어 업체 뷰들(Viewdle)을 4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뷰들은 우크라이나에 설립된 얼굴인식소프트웨어 및 증강현실(AR) 전문업체인데, 구글은 뷰들 인수를 통해 얼굴인식 기술을 보강한다. 따라서 구글글래스의 카메라가 상대방을 보는 순간 얼굴인식을 통해 상대방의 신상정보가 글래스에 표시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이미 몇 년 전에 선보였던 기술이다. 스웨덴의 TAT 회사에서 개발한 ‘Augmented ID’ 앱의 경우 카메라로 상대의 얼굴을 촬영하기만 해도 얼굴을 인식해서 상대의 명함을 내 폰으로 가져오는 AR기술이다. 얼굴인식이 가능하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 정보를 내 폰의 주소록에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구글글래스는 AR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바탕을 다 마련한 상태다. 구글글래스는 간단한 음성명령으로 동영상 녹화나 사진 촬영 영상통화 등이 가능하다. 이렇게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고 거기에 서버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씌우기만 하면 AR기술이 되는데,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안경 위에 왼쪽 오른쪽 내비게이션 아이콘을 표시하거나 사진을 검색하거나 날씨를 표시하는 등 실제 정보에 컴퓨터의 가상정보를 표시하는 AR 기술을 벌써 활용 중이다.

다만 상대의 허락 없이 얼굴을 촬영하거나 안경을 쓰고 다니는 동안 자동으로 모든 것이 기록되는 행위가 바른 행위인가 하는 문화적 합의점이 필요할 뿐이다. 한 예로 미국의 이모션트(Emotient)가 개발한 구글 글래스용 앱인 ‘감정 분석 글래스웨어(Sentiment Analysis Glassware)’를 보자. 이 앱은 구글 글래스로 상대방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매장에서 고객이 상품에 만족하는지 불만이 있는지를 알아낼 수 있는데, 고객 입장에서는 상대가 자신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을 좋아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보안 문제도 골칫거리다. 보안이 필요한 기업의 경우 과거에는 카메라와 노트북을 못가지고 들어가게 하는 방법을 썼는데, 근시 사용자가 쓴 도수 있는 웨어러블 안경이나 렌즈를 휴대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결국 웨어러블이 더욱 편리한 정보제공으로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새로운 문화와 예술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문제 해결만큼 사회적 논의와 합의에도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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