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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IT기업의 성장에서 배워야 할 교훈

IT문화원칼럼. URL: http://ith.kr/column/20141009_sisa.html


중국 IT기업의 성장에서 배워야 할 교훈

시사저널 1303호. 2014.10.09.

-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2014년 9월 19일은 중국기업인 알리바바가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첫날이다. 이날 알리바바는 시가총액 2,314억 달러로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을 단숨에 넘어서는 놀라운 기록을 보였다. 알리바바는 실물거래가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 기업이라는 점에서 페이스북보다 더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데, 2013년 총거래액은 2,480억 달러(약 260조 원)으로 미국 아마존 거래 규모(970억 달러)의 2배가 넘는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월간 실사용자만 약 2억 8천만 명에 달하며, 종업원은 2만 3천 명의 공룡기업이 되었다.

알리바바 상장에서 눈길을 많이 끈 부분은 알리바바 최대 주주가 창업주 마윈 회장이 아닌 일본 소프트뱅크라는 사실이다. 손정의 사장은 알리바바 초창기에 마윈 회장을 만나서 대화를 나눈지 5분만에 투자를 결정했고, 당시에 2천만 달러(약 200억 원)를 알리바바에 투자해 알리바바 주식의 32.4%를 보유하게 되었다. 그 결과 당시 투자한 200억 원은 80조 원으로 4천 배 이상 불어났고, 손 사장의 개인재산도 17조 원 이상으로 늘어나 일본 최고 부자로 등극했다. 결국 미래를 보고 과감한 투자를 한 사람이 큰 결실을 거둔다는 사실을 손 사장이 다시 한 번 보여준 셈이다.

알리바바의 미국 증시 상장은 중국 IT기업의 성장을 보여준 상징이 되었지만, 상대적으로 한국 IT기업의 정체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기업 중에서는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기업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IT기업의 성장은 눈부실 정도다. 전세계 IT기업 상위 10개 중에서 4개가 중국 기업인 상황이다. 시총 10대 IT기업 중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JD닷컴이 중국기업이다. 알리바바보다 시장 점유율이 낮은 JD닷컴도 2014년 5월 미국 나스닥 상장 첫 날에 시총 285억 달러(약 29조 원)을 기록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 IT기업이 최근 급성장한 배경으로 15억 명의 내수시장을 빼놓을 수 없지만 미래를 내다본 사업 설정과 투자와 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알리바바만 보더라도 끝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스마트폰, SNS,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금융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지분 18%를 인수하고, 중국의 유명 경제신문 운영사인 21세기미디어 지분 20%를 인수했다. 그외 모바일 웹브라우저 회사인 UC웹 인수, 슈퍼마켓과 백화점을 운영사인 인타임 리테일 그룹 지분 35% 인수, 하이얼 그룹 물류업체인 굿데이마트 지분 9.9% 인수, 영화 드라마 제작 및 배급사인 차이나비전 지분 60% 인수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과감한 투자 문화는 인터넷기반의 IT산업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한국이 중국에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거꾸로 중국이 한국에 투자하는 상황으로 몇 년만에 IT환경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중국 IT기업인 텐센트의 경우 2012년 초에 한국의 카카오톡에 72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3.8%를 확보했다. 이 금액은 다음과 합병으로 5천억 원 이상의 금액으로 불어났고, 자연스럽게 중국의 텐센트는 다음카카오의 2대 주주가 되었다. 국내 2위 포탈 다음이 중국기업의 영향에 놓인 것이다. 텐센트는 CJ게임즈에도 5억 달러 투자를 해 28%의 대주주로 등극하면서 한국 게임산업에도 영향을 발휘하는 등 한국 IT기업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IT생태계를 대한 문화적 차이에서 온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톡은 2011년에 빠른 속도로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지만 2011년에만 152억 원의 적자를 내며 현금 유동성에 시달렸다. 이때 삼성, SKT 등 국내 대기업은 카카오톡에 투자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통3사는 조인이라는 통합메신저를 내며 카카오톡을 위협했고, 삼성전자는 챗온을, 네이버는 라인을, 다음은 마이피플을 내서 한국의 모든 IT기업이 카카오톡 죽이기에 나섰다. 만약 2012년에 텐센트가 아닌 SKT나 삼성전자가 2~3천 억원만 투자했다면 카카오톡 지분 절반 이상을 대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국내 기업이 외면한 카카오톡에 거금을 투자한 텐센트가 승자가 된 셈이다.

텐센트가 이렇게 한국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는 텐센트가 한국 콘텐츠를 바탕으로 급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텐센트는 중국의 인터넷 및 게임 기업이다. 1998년 11월 설립된 텐센트는 2008년 매출이 1조 1천 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3년에는 10조 5천 억 원으로 불과 5년만에 매출이 10배 가까이 성장하는 놀라운 성장속도를 보여준다. 이 시기 매출 성장의 비결은 한국게임의 수입이다. 텐센트의 2011년 매출 6조원 중에서 절반 이상이 게임에서 나오는데, 텐센트의 주요 매출을 담당하는 게임 공급처가 한국이다.

텐센트는 2003년에 텐센트게임즈를 설립하고 게임사업에 진출하지만 2007년까지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 점유율은 6%에 불과했고, 순위도 하위권에 처진 상태였다. 이때 텐센트가 타개책으로 꺼낸 전략이 한국 게임의 중국 퍼블리싱 전략이다. 텐센트는 한국게임업체인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을 퍼블리싱 했는데, 이 게임들이 속된 말로 초대형 히트를 기록했다.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는 2012년 4월초 기준으로 중국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1위와 2위를 기록했는데, 점유율이 무려 32.44%, 23.02%로 3위인 QQ스피드의 7.91%, 4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6.52%를 몇 배 차이로 따돌리고 있는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텐센트는 크로스파이어로만 매출 1조 원 이상을 거두어들일 정도의 큰 성공을 거두었다. 텐센트는 이러한 한국 온라인게임의 성공을 바탕으로 2008년부터 몇 년 사이에 중국 내 게임 시장 1위 및 매출을 10조 원까지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었고, 이러한 한국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한국기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텐센트, 알리바바와 함께 BAT라고 부르는 또 다른 기업은 검색 포탈인 바이두다. 중국이 구글 검색을 막아서 성장한 기업이라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는데, 바이두는 중국 정부가 구글을 차단하기 전인 2003년부터 중국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기업이다. 또한 바이두는 바이두는 이집트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라질 등에 진출하는 글로벌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기업이다. 바이두의 전략을 보면 인터넷 보급이 초기단계인 국가를 집중 공략함으로써 적은 비용으로 미래 시장을 선점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한국의 포탈이 국내 콘텐츠 방어벽을 쌓고 있을 때 중국 포탈 바이두는 미래의 시장을 보고 개척이 안 된 인터넷 저개발 국가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 기업의 성장을 보면서 한국 IT기업이 우물 안에 머무른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손정의 사장이나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의 투자문화는 본받을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투자 없이 시장 개척 및 성장도 없고, 결국 작은 자리에 머물고 말 뿐이다. 한국 IT기업이 과거에 머무른 증거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국에서만 IE가 여전히 90%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도 그 증거다. IE에서만 공인인증서가 동작하기 때문에 쇼핑몰 결제 및 은행거래를 위해서는 IE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세계 시장에서는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가 50% 가까운 점유율로 IE보다 두 배 넘는 점유율을 보인다. 아시아 1위도 크롬 브라우저다. 결국 중국인을 비롯한 세계인이 한국의 쇼핑몰에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방송사를 통해 한류 드라마를 구입하고 싶어도 결제가 불가능해서 팔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한한공을 비롯한 국내기업 중 상당수가 알리페이를 이용한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해외구매자가 대한항공 항공권을 구입하려고 하면 공인인증서라는 장벽에 막히기 때문에 알리페이로 구입하는 것이다. 알리페이가 한국소비자까지 영업범위로 넣게 된다면 금융시장도 중국에 종속될 가능성이 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세계 10대 IT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IT업체와 게임업체는 공인인증서, 셧다운제, 손인춘법을 비롯한 각종 규제에 계속 발이 묶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IT산업을 위해서 각종 규제를 풀고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의 휴대폰업체인 샤오미 테크도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낸 결과다. 샤오미 테크는 2010년 7월 6일에 다국적 파트너의 투자로 설립되 회사다. 싱가폴, 중국의 투자사를 비롯해 미국의 퀄컴 등이 참여해 초저가폰인 샤오미 미원을 통해 4년만에 10%가 넘는 시장점유율로 성장한 휴대폰 제조사다. 반면 한국은 기술경쟁력이 있는 팬텍도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한국 IT산업의 기반 경쟁력은 점차 약해지고 있다.

개인 지표를 봐도 드러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부호 1600명 중에 IT분야의 한국인 기업가는 김정주 NXC회장 1028위,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1433위, 김택진 NC소프트 대표가 1517위에 겨우 랭크되었다. 반면 중국은 22명의 IT 부호가 순위에 포함되었으며, 전체 부호 중에서 16.3%가 IT 부호일 정도로 산업에서 IT 비중이 높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나 텐센트의 마화텅 설립자, JD닷컴의 류창둥 설립자의 개인 재산은 한국 최고 부호인 이건희 회장보다 많다. 한국이 70살이 넘은 대기업 총수의 시대에 머무르고 있을 때 중국은 젊은 부호들로 개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한국이 중국 IT기업의 성장을 보면서 교훈을 얻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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