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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산업의 전환점이 될 페퍼

IT문화원칼럼. URL: http://ith.kr/column/20150319_sisa.html


로봇산업의 전환점이 될 페퍼

시사저널 2015.03.19.

-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인류의 삶에 대격변 예고

2015년은 로봇산업의 새로운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영화 속에서 보던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이 상용화되는 첫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상용화되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로봇은 손정의 사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로봇인 페퍼(Pepper)다. 향후 인간관계까지 바꿀 로봇이며 경제와 사회를 크게 바꿀 로봇이다.

2014년 6월 5일 소프트뱅크가 페퍼를 발표할 때 실시간으로 보면서 내가 놀랐던 점은 놀라울 정도의 부드러운 손동작과 인간과 비슷한 감정표현 능력이다. 페퍼의 인공지능을 통한 주인과의 대화능력도 사람과 대화처럼 자연스러웠다. 페퍼는 주위 상황 판단이 가능하고 자율적인 행동 판단이 가능하며,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를 분석해 사람의 감정을 판단할 수 있는 지능도 가지고 있는 로봇이다. SF영화 속에서나 보던 휴머노이드인 셈이다.

놀라운 점은 이렇게 정밀한 휴머노이드가 19만 8천엔(약 184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2015년부터 일반에게 판매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이미 페퍼는 2015년 2월 27일에 개발자를 위한 페퍼 300대를 판매했다. 온라인 접수 1분만에 300대가 넘는 주문이 밀려 판매가 종료되었다. 일반인 대상 판매는 2015년 여름으로 예정된 상태다.

10년이나 20년 뒤에는 스마트폰을 개발한 스티브잡스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폰의 형태로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이나 100년 뒤에 로봇은 더욱 가까운 존재가 되어있을 것이고, 사람들은 가정용 로봇을 상용화시킨 인물로 손정의 사장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결혼을 안 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출산률이 국가적인 문제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페퍼와 같은 로봇은 결혼문화를 다시 한 번 크게 바꿀 것이다. 이미 대화기능이 들어간 페퍼는 애완견, 애완고양이보다 훌륭한 반려로봇이다. 앞으로는 남자친구 여자친구보다 훌륭한 대화친구로 각광받을 것이다. 최근 선보인 게이샤로봇처럼 외형이 인간의 모습에 더 비슷해지고 성적 기능이 포함될 경우에는 이성 대신 로봇을 애인으로 삼고 지낼 남녀가 더 많아질 것이다. 로봇이 보급될수록 미혼은 더 증가하고 출산은 더 낮아질 것이다.

페퍼와 같은 로봇이 가능해진 바탕에는 기계공학 외에도 음성인식기술, 인공지능, 클라우드컴퓨팅과 같은 다양한 기술이 바탕이 되었다. 음성인식기술이 가능해졌다는 말은 기계가 사람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뜻을 가지기 때문이다. 지금 세대가 기계와 소통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되는 것이다. 냉장고에 전화를 걸어 음식물을 확인하고 기계하고 대화하면서 일정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이미 음성친구 또는 음성비서 제품은 출시된 상태다. 2014년 말에 출시되어 판매 중인 아마존의 에코(Echo)는 스피커통 모양의 기계인데 사람들이 질문하는 내용에 대답하거나 사람들이 요구하대로 동작하는 음성비서 제품이다. 앞으로 이러한 음성비서가 자동차 폰 시계 냉장고 등 다양한 분야에 탑재될 것이다.

로봇산업이 정보기술과 접목되면서 미래사회는 상상하기 어려운 사회로 변하고 있다. 수 많은 직업이 로봇에 의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나타날 것이다. 아마존은 음성비서 에코 외에도 자사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키바(Kiva)시스템을 비롯하여 배달용 드론인 ‘프라임 에어(Prime Air)’ 등을 개발해 사용 중이다. 키바는 이미 아마존 물류 창고 안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물건을 나르는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프라임 에어와 같은 드론과 바로 연결된다면 업무효율성이 더 높아지겠지만, 법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로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하늘에 수 백 만 대의 드론이 날아다니는 것을 정부에서 허락해주어야 가능한데, 정부로서는 각종 안전 사고와 사생활문제 등을 고려할 때 쉽게 승인하기 어려운 분야다.

법적이고 정치적인 이슈가 있는 드론과 달리 기업 내부적으로 사용 가능한 아마존의 키바와 같은 시스템은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넓은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로 약을 배달하는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고 인건비가 많이 드는 일이다. 유시에스에프(UCSF) 메디컬센터에 배치될 ‘이브’도 키바와 비슷한 로봇이다. 이브는 의약품을 비롯해 여러 물건을 배달하는 로봇으로 메디컬센터에서 최단 이동 경로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로봇이다. 또한 이동 중에 사람이 앞을 막으면 ‘약 배달 중입니다. 잠시만 비켜주시겠어요’라고 말을 하면서 자기 일을 수행하는 로봇이다. 이외에도 음식을 배달하는 로봇인 ‘고카트(GoCart)’를 비롯해, 호텔의 룸서비스 배달을 대신하는 로봇인 ‘보틀러(Botlr)’, 캐디처럼 주인 골퍼를 따라다니면서 골프가방을 들고다니는 로봇인 ‘캐디트랙(Caddy Trek)’, 경비를 담당하는 경비로봇인 K5 등 다양한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로봇은 2015년부터 보급될 페퍼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보급이 확산될 전망이다. 캐디트랙 로봇이 캐디라는 직업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처럼 각종 로봇의 확산은 기존 직업의 몰락 및 산업의 재편, 남녀의 결혼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를 뒤흔들 것이다. 정부 및 기업은 반려동물 및 친구를 대신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와 가정용로봇의 보급이 먼 미래가 아닌 2015년부터 현실로 다가올 근미래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많은 것이 바뀐 것처럼, 휴머노이드가 바꿀 변화도 매우 클 것이다. 미래사회를 준비하려는 기업이라면 로봇시대가 바꿀 경제 및 사회에도 관심 갖고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잡지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