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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미래산업으로 떠오르는 IT농업

IT문화원칼럼. URL: http://ith.kr/column/20150507_sisa.html


차세대 미래산업으로 떠오르는 IT농업

시사저널 2015.07.01.

-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반도체 공장이 채소 공장으로 바뀌다

후지쓰·도시바 등 IT 농업 진출…일본에 식물 공장 304곳

도시바, 후지쯔, 파나소닉이란 기업 이름을 들었을 때 우리가 떠올리는 제품은 무엇일까? 아마도 도시바 노트북, 후지쯔 노트북 등을 떠올릴 것이다. 이들 기업은 일본기업으로 반도체, IT, 전자제품 등 첨단 기술기업이 주력이었으나 2000년 이후 경쟁력 부족으로 밀리면서 기업이 위기에 빠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 세 기업이 미래를 위해 준비한 신규사업이 농업이라는 사실이다.

후지쯔는 일본의 금융기업인 오릭스와 함께 2015년에 도쿄 돔 두 개 크기에 해당하는 13,000제곱미터 크기의 채소공장을 시즈오카현에 지을 예정이다. 식물공장의 한 분야인 채소공장은 전통적인 농업이 아니라 최첨단 IT를 활용한 IT농업이다. 흙을 묻히는 과거 농사꾼과 달리 후지쯔 채소공장의 농사꾼은 반도체 공장처럼 마스크와 방진복을 입고 일한다. 공장 안을 무균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후지쯔는 반도체 경쟁에서 밀리자 반도체 공장을 이용한 신농업으로 눈을 돌려 반도체 공장에 사용한 클린룸에서 무균 상태로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태양빛은 LED로 대신했으며, 흙 대신 배양액을 이용해 채소를 키운다. 무균 재배라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씻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다. 공장은 태양광 전력을 이용하고 후지쯔가 2012년에 개발한 클라우드 기반 재배 시스템인 ‘아키사이’가 자동으로 관리한다. 상추를 재배하겠다고 하면 상추에 맞는 온도 습도 일조량이 맞추어진다. 온실 별로 각기 다른 채소를 재배할 수 있으며 수확시기 등의 조절도 가능해 시장상황에 맞게 공급을 맞출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지 확인과 제어가 가능하다. 수확량도 우수하다. 토마토나 양상추는 24모작이 가능하고, 쌀도 8모작이 가능할 정도다. 식물공장의 경우 재배면적은 좁지만 다수확이 가능해 도시형농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채소공장의 경쟁력은 도심 안에서 깨끗한 신선 채소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전으로 인해 땅이 오염된 일본에서는 가장 필요한 사업인 셈이다. 첨단공장형이라 초기 자본이 많이 들지만 일단 공장이 완성된 후에는 한 두 명만으로도 공장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래가치가 높다.

도시바도 2014년에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있는 비어있던 반도체 공장을 채소공장으로 바꾸고 현재 다양한 채소를 식당에 납품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일본을 벗어나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작은 섬 국가인 싱가포르의 경우 농사지을 땅이 없어서 국민에게 필요한 채소의 8%만 현지 공급이 가능한 상태였다. 파나소닉 팩토리 솔루션스 아시아(PFSAP)는 2014년 8월부터 싱가포르의 채소공장에서 만든 채소를 출하하기 시작했다. 중공업 회사로 알려진 미쓰비시도 미쓰비시플라스틱을 통해 호주 빅토리아주에 식물공장을 만들고 현지에서 채소를 생산 판매하는 법인을 설립했다. 미쓰비시플라스틱은 앞으로 식물공장에서 생산한 채소를 멜버른과 시드니 등에서 판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글로벌로 진출해 싱가포르나 태국 등에서도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계열사인 미쓰비시화학은 패키지 형태인 컨테이너 채소 공장을 개발해 중동의 카타르에 납품할 예정이다. 샤프도 중동 두바이에 식물공장을 건설한 상태다.

이처럼 일본의 첨단기술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농업에 진출하고 있다. 미쓰이 화학 역시 2009년에 ‘미쓰이 화학 애그로’ 설립했고, 스미토모 화학도 농장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해외 기업 인수 및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심지어 토요타, 덴소 같은 자동차 업체, 고베제강소 같은 중공업 업체들도 식물공장 사업에 진출하고 있을 정도로 농업은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농업과 달리 첨단 기술의 집약산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식물공장의 경우 반도체 클린룸을 비롯하여 태양 전지와 리튬 이온 배터리 시스템, 태양광 기술, LED, 특수 필름, 클라우드 시스템, 원격제어, 빅데이터 분석 등 첨단 전자 IT기술이 집약된 사업이다. 일본의 경우 2013년 농림수산성 발표 기준으로 채소공장을 포함한 식물공장 수가 304개나 된다.

미국에서도 뉴욕 맨해튼에 농경빌딩인 수직농장(vertical farm) 건설이 진행 중이다. 시내 중심에 빌딩형 농장이 들어서는 신농업이 전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는 20여개 식물공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일본에 비하면 초기단계라 할 수 있다. 현재 농촌진흥청과 동부팜한농 등에서 식물공장에 대한 투자를 하면서 미래 농업을 준비하고 있으나 한국의 농업 관련 기업에 자본을 투자하는 기업 역시 일본기업이라는 점에서 한국농업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일본 대기업의 사례는 미래농업이 과거와 다른 모습임을 보여준다. 땅에 씨앗을 심고 하늘만 바라보던 과거와 달리 땅이 아닌 곳에서 1년 내내 농사를 짓는 IT농업이 미래농업의 한 분야로 급성장할 것이다. 식물공장 외에도 태양광농업을 비롯한 다양한 신농업 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MIT테크놀로지는 태양광농업이 수 십 억 명의 식량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농업이 인류의 미래이자 핵심산업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업은 듀폰이다. 1802년에 설립된 듀폰은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으로 미국 최대 부자가문이다. 나일론과 테프론, 라이크라 등을 비롯해 20세기 전세계 화학산업을 이끈 기업이 듀폰이다. 그러나 듀폰은 1999년에 석유회사 매각에 이어 2004년에는 섬유사업까지 매각함으로써 기존의 화학 관련 산업에서 손을 떼고 농업 분야로 전환했다. 2013년 듀폰의 매출 357억 달러 중에서 농업이 117억 달러, 영양건강이 34억 달러를 차지할 정도로 농업은 듀폰의 주력 사업이 되었다. 이를 위해 듀폰은 전세계 150곳의 연구개발센터에 1만 명의 과학자와 매년 22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24,00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3년 듀폰 매출 중에서 100억 달러가 최근 3년간 R&D센터에서 개발된 신제품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듀폰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 중인지 알 수 있다. 그 결과 듀폰은 화학회사가 아닌 ‘종합과학회사(Integrated Science company)’로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고 변신을 시도했다. 듀폰의 계속된 변화시도가 기업에게 주는 교훈은 장수기업의 특징은 전통 있는 기업이 아니라 ‘늙지 않는 청년기업’이라는 점이다.

듀퐁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IT농업은 미래의 첨단산업이자 고부가산업이고 종합과학산업이다. IT기술 발전에 힘입어 IT농업의 생산비용이 기존 농업을 추월하게 되는 시점이 되면 기존 농업의 상당부분을 대체하는 신농업으로 미래농업이 전개될 것이고, 식량산업도 변화를 가질 것으로 본다. 더 늦기 전에 한국의 기업도 미래산업으로 IT농업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잡지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