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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공유가 가져온 인류사의 혁명들

IT문화원칼럼. URL: http://ith.kr/column/20150817_kisti.html


정보 공유가 가져온 인류사의 혁명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2015.08.17.

-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인쇄술에서 인터넷까지 정보공유가 가져온 혁명들

최근 천 년 사이에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발명을 선정하면 구텐베르크의 인쇄활자가 대부분 1위로 선정된다. 구텐베르크의 활자를 통해 인류는 처음으로 정보를 대량 복제하고 공유하게 되었고, 정보 공유는 각종 혁명의 출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쇄기 활자 이전까지 정보와 지식은 소수만이 소유했던 부와 권력의 원천이었다. 특히 천 년 동안 유럽을 이끈 성경은 특정층의 소유물로, 평민은 성경을 볼 기회조차 갖지 못 했으며, 운 좋게 성경을 본다 하더라도 라틴어로 쓰인 성경을 읽을 능력이 없었다. 부의 근원은 지식이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배계급은 하층민의 문자생활을 제어했다.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소설 ‘장미의 이름(Il nome della rosa)’은 정보 공유가 가져올 변화를 두려워한 수도사들이 정보를 통제하려는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지배층이 제어하려던 정보는 결국 활자의 발명과 보급으로 인해 홍수처럼 쏟아지고 만다. 독일 마인츠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of Mainz)가 발명한 인쇄기는 기존의 목판과 같은 활자보다 훨씬 빠르게 정보를 유통시킬 수 있는 장치였다. 구텐베르크 이전에는 책 한 권을 필사하는데 몇 달이 걸렸지만, 활판인쇄 이후에는 일주일에 500권이 인쇄될 수 있었다. 그 결과 1450년부터 1500년까지 반세기 동안 유럽에서만 2,000만 권이라는 엄청난 양의 인쇄본이 간행되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정보혁명의 출발을 알리는 사건이 되었다. 인쇄를 통해 시민들의 언어로 된 성경이 수 십 만 권씩 대량으로 복제되고 배포되었다. 지배계층만이 소유했던 고급 정보가 대량 복제되고 공유된 것이다. 성경은 귀족만 아는 라틴어가 아닌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평민들의 언어로 복제되었다. 수 천 만 명의 평민들이 성경의 내용을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며 성직자를 거치지 않고 신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인류 최초로 정보의 대량 복제 및 공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물론 정보를 공유하려는 집단과 정보를 독점하려는 두 집단 사이의 갈등은 많은 전쟁으로 이어졌다. 틴들역 신약전서는 윌리엄 틴들이 번역한 최초의 영어역 신약 인쇄본으로 1525년 독일의 퀼른에서 4절판으로 출판된 성경이다. 틴들은 보름스에서 8절판 신약 인쇄본을 출판하여 영국에 3,000부를 배포한다. 영국의 평신도들은 틴들의 성경을 읽기 위해 열심히 성경을 구입했으나 영국의 대감독 워햄은 틴들의 성경을 사들여 불태워버린다. 틴들은 신의 말을 함부로 번역했다는 이유로 화형에 처해 죽임을 당한다. 이처럼 평민에게 성경을 배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걸어야했다. 17세기에 독일 마그데부르크(Magdeburg)의 도시에서 3만 명의 개신교 신도가 살해당하는 등 17세기 30년 전쟁(가톨릭 vs 프로테스탄트)에서만 인구의 40%가 살해되었다. 정보를 독점하려는 기득권층과 정보를 공유하려는 혁명 계층 간의 싸움은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허구가 아니라 처절하고 피비린내 나는 역사였던 것이다.

기득권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경은 수도 없이 복제되고 공유된다. 그 결과 루터(Luther)의 종교 혁명이 일어난다. 성경을 그들의 언어로 공유하게 된 시민들은 귀족과 성직자가 거짓말을 했음을 알게 된다. 면죄부를 사고 교회에 헌금하고, 지배계층이 하라는대로 해야만 천국에 간다는 말이 거짓말임을 알게 되었고, 피지배계층은 성경이 말하는대로 살아야 한다면서 종교개혁을 일으킨다. 그 결과 문화는 신(神) 중심에서 사람 중심의 르네상스로 변화했고, 정치에서 시민혁명이 일어나며, 마법이라 하여 금기하던 과학을 발전시키며 산업혁명을 일으킨다. 인류사를 바꾼 가장 큰 혁명들이 성경 정보 공유에서 시작된 것이고, 인쇄술이라는 정보기술의 위력에 힘입어 이루어진 것이다. 서양사의 많은 혁명들이 이처럼 정보의 복제와 공유 기술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이후에도 정보 공유는 다양한 곳에서 인류의 삶을 바꾸어나갔다. 인디애나 대학의 동물분류학자 알프레드 킨제이(Alfred C. Kinsey)가 1948년에 발표한 ‘남성의 성적 행동(Sexual Behavior in the Human Male)’ 이라는 책은 성에 관한 사실적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억압받던 여성의 권익을 증진시키는데 큰 기여를 한다. 성경이 미친 영향처럼 킨제이 리포트가 공유된 후부터 남자가 주도하던 성에 대한 피동적 욕구가 여성 스스로 주도하는 능동적 요구로 변화한 것이다. 전신, 전화, 라디오, TV와 위성 중계는 전세계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도록 만들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인터넷을 비롯한 IT 기술은 정보의 복제 및 공유를 더욱 빠르고 편하게 만들었고, 스마트폰은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만든다. 그 결과 온라인의 파워가 오프라인으로 전이되는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2천 원 짜리 김밥 한 줄을 반 가격인 1천 원에 팔라고 하면 미친사람 취급받을 것이다. 그러나 1,000 줄을 대량 구매한다는 조건이라면 반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하다. 쿠팡, 위메프, 티켓몬스터와 같은 소셜쇼핑은 김밥을 같이 구매할 사람 1천 명을 모아서 대량 구매한다는 조건을 달성함으로써 김밥의 가격을 절반으로 낮춘다. 온라인을 통해 자신과 같은 욕망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 욕망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소셜쇼핑인 것이다. 소비자들이 자신과 같은 욕망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는 방법을 알기 시작했다는 것은 기업에 큰 부담이다. ‘천 만 명이 사줄테니 로션 50%만 할인해주세요.’라고 요구하면 기업이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워진다. A 기업이 이 요구를 거절한다면 B 기업에 가서 로션 천 만 개를 사버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이면 힘이 세지는데, IT기술을 통해 분산되어 존재했던 욕망의 힘이 뭉치면서 오프라인을 움직이는 파워로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이현상이 경제, 정치, 문화, 예술에 영향을 미친다면 거의 전 분야에서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 자동차공유 서비스인 우버의 경우 서울시를 비롯해 전세계의 교통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트랜스퍼와이즈와 같은 금융서비스는 소비자끼리 직접 외환거래를 하도록 만들고, 에어비앤비는 집을 공유하게 만든다. 이러한 공유경제가 확산될 경우 기존의 은행이나 신용카드사가 설 자리가 줄어든다. IT기술은 공유경제 및 온디맨드경제(주문형경제)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 중 개인간 거래는 정부 정책 및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호텔을 이용해야 매출이 생기고 세금을 걷을 수 있는데, 개인끼리 집을 공유하면서 여행에서 숙박을 해결하면 세수가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제 지식과 정보는 위키피디아, 포탈, 검색 사이트와 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전 인류의 지식을 24시간 공유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클라우드 컴퓨팅과 AI를 통해서 개인의 감성 및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이렇게 수집되고 공유된 지식, 정보, 감성, 빅데이터는 다시 휴머노이드와 같은 인간형 로봇을 통해 쌍방향 서비스로 재창출될 것이다. 일본 소프트뱅크사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인 ‘페퍼’가 그러한 기술로 2015년 6월 20일부터 일반 시판을 시작했다.

결국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나를 이해해주는 휴머노이드가 인생의 반려자로 자리잡을 날이 몇 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단순 지식의 복제 및 공유를 가능하게 했던 정보기술이 감성 및 욕망의 공유까지 가능하게 만들어가면서 인류는 또 다시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혁명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에 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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