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첫화면으로





모바일 본(Mobille Born) 세대와 사회 변화

IT문화원칼럼. URL: http://ith.kr/column/20180205_ku.html


모바일 본(Mobille Born) 세대와 사회 변화

고대경제인회 고우경제. 2018.02.05.

- 김중태 (IT문화원 원장)


비순차문화 세대인 하이퍼세대

인터넷이 만든 대통령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기존 세대에게 큰 충격을 준다. 당시 한겨레신문 기자였던 김훈은 ‘고개숙인 50대, 환호하는 20․30대’라는 그의 마지막 기사를 통해 당시 장년층의 충격을 표현했다.


20일 아침, 오 전무가 주재한 회사 간부회의 분위기는 무겁고 침울했다. 󰡒나이 먹은 간부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다. 간부들은 리더십의 문제를 심각히 고민했다.󰡓
(...중략...)
“우리는 조직이 아니지만 필요할 때는 조직처럼 움직인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우리의 무기다󰡓라고 김씨는 말했다.

며칠 뒤에 김훈은 사표를 내고 신문사를 떠난다. 인터넷세대가 준 충격이 그를 기자로 남지 못 하게 한 것이다. 6년 뒤인 2008년 11월, 이번에는 미국에서 인터넷 대통령이 탄생한다. 미국 역사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조직이 아니면서도 조직처럼 움직이는 세대,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무기인 세대. 바로 하이퍼세대의 출현을 가리키는 말이다. 결국 미래사회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대인 하이퍼세대와 하이퍼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하이퍼문화는 하이퍼텍스트에 기반을 둔 웹(Web)의 보급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이퍼문화는 기존 인류의 문화인 순차문화에 비순차문화를 더해주었다.


‘하이퍼텍스트는 비순차적 글쓰기를 뜻한다. 나뭇가지처럼 갈래 뻗고 독자들에게 선택을 허용하는 문장, 대화형 화면을 통해 가장 잘 읽히는 문장이다. ’ - Literary Machines (Ted Nelson)

이전의 문화가 '순차문화(sequential culture)' '선형문화(line culture)'라면 웹 이후의 하이퍼문화는 ‘비순차문화(nonsequential culture)' ‘점형문화(spot culture)’다. 두 문화는 시작과 접근, 수행과정, 결과, 측정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특징을 보인다.

**표: 선형문화와 점형문화의 차이
하이퍼문화, 선형문화와 점형문화의 차이

하이퍼문화는 스마트폰의 보급을 통해서 더욱 빠르게 일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20년 전에 20대가 들었던 음악테이프는 첫 노래에서 마지막 노래로 이동하기 위해서 테이프를 연속적으로 되감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선형문화이자, 1번 노래부터 마지막 곡까지 차례대로 듣는 순차문화였다. 반면 2018년의 20대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는 첫 노래에서 마지막 노래 파일까지 1초 만에 이동할 수 있다.

모바일본세대는 24시간 하이퍼문화를 향유하는 세대

갓난아기 때부터 휴대폰을 가지고 놀던 세대를 우리는 모바일본(Mobille Born) 세대로 부른다. 모바일본세대의 특징은 24시간 하이퍼문화를 향유하는 세대라는 점이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하이퍼문화는 PC 앞에서만 가능했다. 24시간 중에서 수업, 교통, 도서관, 식사, 수면 시간 등을 제외하고 10대가 PC 앞에 앉아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몇 시간으로 제한되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모바일본세대가 24시간 하이퍼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고, 모바일본세대는 기존 사회구조와 가치관, 행동양식을 변화시켰다.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같은 세계적 히트가 나올 수 있는 이유는 과거와 다른 하이퍼시대이기 때문이다. 테이프 시대라면 누군가 음반을 수입해서 미국의 매장에 깔고, 노출을 위해 광고도 해야 한다. 한국의 수 많은 가수 중 한 명인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미국에서 히트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테이프 몇 만 장을 수입했던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 한국 가수의 노래 테이프가 미국, 러시아 매장에 깔리기 위해서는 배로 운송하는 선형 이동과정과 몇 달의 시간이 소모되고, 이는 비용으로 부담되기 때문이다. 음반, 테이프 시대라면 한국 최고 가수의 음반이라 하더라도 미국에서 히트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반면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노래를 올릴 수 있고, 누구라도 들을 수 있다. 한 사용자가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퍼와서 올리면 팔로우 수 천 명에 의해 이 동영상은 순식간에 수 천 개의 스팟으로 확산되고, 각 스팟에서 다시 팔로우에 의해 재확산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몇 시간 만에 수 백 만 명이 보는 동영상으로 확산된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가수 루이스 폰시의 '데스파시토(Despacito)' 역시 유튜브가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유튜브 최초로 30억 조회를 돌파한 노래가 되었으며, 외국가수임에도 빌보드 16주 연속 1위를 기록해, 기존 기록과 타이를 이루었다. 한국 가수인 방탄소년단의 노래도 빌보드 차트에 오르내리면서 세계적인 인기그룹으로 부상했다. 푸에르토리코 가수, 한국 가수들이 세계적인 가수로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하이퍼시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모바일본세대가 중국을 현금 없는 사회로 변화시켜

모바일본세대가 주도하는 사회변화는 온라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4차산업혁명과 블랙칼라’라는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오프라인 문화 및 경제 분야의 변화도 극적이라 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모습을 예로 들자. 불과 3년 전만 해도 중국 베이징시의 풍경은 10년 전이나 20년 전 베이징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2018년 중국 베이징의 풍경은 많이 다르다. 길마다 전기자전거와 전기차가 가득 들어선 상태다. 불과 3년 만에 중국에서 보유하는 전기자전거와 전기오토바이는 3억 대가 넘었다. 우리나라 경제인구의 10배가 넘는 숫자다. 특히 전기자전거는 자전거공유서비스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베이징 시내에서는 누구나 스마트폰만 대면 길거리 곳곳에 놓인 전기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다닐 수 있다. 전기차공유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전기자전거와 함께 3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변화는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이다. 베이징시에서는 이제 길거리 노점상에게 호떡 하나를 사먹고, 군고구마 하나를 사먹더라도 모바일로 결제해야 한다. 심지어 중국 거지는 구걸도 모바일로 한다. 모바일 가입자 13억 명을 넘긴 중국에서는 알리페이(즈푸바오), 위챗페이와 같은 모바일결제가 일상화되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사용자는 스마트폰앱으로 QR코드를 스캔하고 비밀번호만 누르면 바로 결제가 끝난다. 자판기도 휴대폰만 대면 음료가 튀어나온다. 그 결과 중국은 현금 없는 사회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중국의 모바일본세대가 몇 년만에 금융을 바꾼 것이다.

알리바바의 마윈사장은 2017년 4월 3일 열린 IT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이미 거지마저 QR코드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면서, 5년 내에 현금 없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리페이 사용자는 2016년 말에 4억 5천만 명을 돌파했고, 중국의 모바일 결제시장은 6천조 원 이상을 넘어섰다.

모바일본세대는 설날 풍경도 바꾸었다. 중국은 최대 명절인 춘절 때 붉은 봉투에 세뱃돈을 주는 ‘훙바오(紅包)’라는 풍습이 있었는데, 훙바오문화도 모바일훙바오로 바꾼 것이다. 2017년 춘절에 위챗 훙바오만 630억 개가 전달되었으며, 이 금액은 약 8조원에 달한다. 위챗의 점유율이 절반인 것을 생각하면 두 배에 해당하는 모바일 훙바오가 세뱃돈으로 전달된 것이다.

이처럼 모바일본세대의 모바일문화는 중국에서 빠른 속도로 현금을 없애고 있다. 중국처럼 유럽도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스웨덴은 은행 지점 3분의 2가 현금을 보관하지 않는다. 덴마크도 70%가 넘는 은행이 현금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네델란드는 모든 가게에서 현금 대신 정부에서 제공한 핀카드를 사용해 결제해야 한다.

사람 없는 조직 등 미래사회 변화 이끄는 수단이 모바일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한다면 기존의 금융과 경제는 혁명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물론 모바일본세대가 주도하는 경제변화가 자금과 금융에만 국한될 리는 없다. 결국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간에 대한 변화로 이어질 것이.고, 긴꼬리경제, 공유경제, 주문형경제 등 새로운 경제구조를 확산시킬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인터넷이 보급되기도 전인 30년 전에 인터퍼스널컴퓨팅(=오늘날의 인터넷)이 기업의 조직을 전자적 조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예언했다. 비행기를 타고 LA에서 뉴욕으로 가야만 회의를 할 수 있는 과거와 달리 미래에는 전자적으로 회의를 할 수 있으며, 부서 하나를 만들고 해체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과거와 달리 필요할 때만 전자적 조직을 만들었다가 해체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 예언했다. 그리고 그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수시로 만들었다 해체할 수 있고, 조직이 아니지만 조직처럼 움직이는 모바일본세대의 특성은 경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람에 대한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직원 없는 기업조직과 생산, 24시간 일할 수 있는 기업조직 등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변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사회는 새로운 계층구조로 바뀔 수밖에 없다. 블루칼라 화이트칼라가 몰락하고, ‘블랙칼라’의 시대로 진입하는 것이다.

모바일본세대부터 사회구조는 호리병구조로 변화

모바일본세대가 주도할 ‘블랙칼라’ 시대는 신체활동과 정신활동이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른 시대가 될 것이다. 부모 세대는 은행까지 걸어가서 돈을 송금하고, 백화점에 가서 옷을 사입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복덕방을 통해 집을 구했다. 모바일본세대는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도 손끝만 움직여 돈을 송금하고, 스마트폰으로 옷을 주문하고고, 배달앱으로 배달시켜 먹는다. 방도 앱으로 구한다. 의식주문화가 육체적 문화에서 모바일을 이용해 의식만 움직이는 유식문화(唯識文化)로 바뀐 것이다. 그 결과 2010년만 해도 지하철 안을 가득 메웠던 무가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이제 지하철 안은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종이신문 대신 스마트폰으로 네이버뉴스를 보고, 대여점에서 빌려보던 비디오테이프 대신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영화를 보는 모바일본세대가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 우리는 그동안 지켜보았다. 이러한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결국 산업혁명 이후 가장 큰 계층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정보 접근성이 개방되면서 정보 독점은 줄었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정보와 지식을 기억하지 않는다. 지식은 소유하는 것에서 접근하고 검색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그 결과 기억 훈련을 받는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의 지식 양극화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결국 사회구조는 산업시대의 마름모꼴에서 호리병꼴로 변화할 것이고, 이는 정치 사회 경제 경영 모든 분야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하이퍼시대 사회구조의 변화, 출처 제4차산업혁명과 블랙칼라

정리하자면 모바일본세대는 하이퍼문화를 24시간 향유하는 세대이며, ‘블랙칼라’가 새로운 주도계층이 되는 세대다. 그들이 사회변화를 이끄는 수단은 모바일이고, 모바일이 보급되었기에 현금 없는 사회, 주문형경제 공유경제사회 등의 사회변화가 가능해졌다. 기업의 운명은 무가지처럼 변화의 물결 속에 사라진 부류와 구글, 애플, 알리바바처럼 변화의 물결 속에 성장한 부류로 나뉠 것이다. CEO들이 생존과 성장 부류에 서고 싶다면 모바일본세대에 대한 학습과 이해, 경영변화 실천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go 사보칼럼